기다리던 '언니네텃밭' 첫번째 꾸러미가 도착했다. 시골 산다고 도처에 유기농이 널려있고 밭에 가면 먹을게 천지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난 이마트에서 장보는 여자다. 근데 4년 남짓 주부생활을 하다보니 할 수 있는 음식 가짓수가 많아진 것은 분명한데 장바구니속 식재료는 매번 거기서 거기. 게다가 외식도 잘 안하니 남의 음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도 드물다. 목장을 하다보니 삼세끼 밥상을 차려야 하는 특수한 형편에 맨날 보고 또 본 것들이 올라오니 먹는 식구들도 만드는 나도 재미가 없다.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얼마전, 우연히 알게된 언니네 텃밭. 식량주권을 되찾야 하고 여성농민을 살리는 합리적 방법이고... 사실 이러한 좋은 목적들 보다 끌리는 이야기는 월 2회 또는 4회 생산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질좋은 식재료가 안방으로 배달된다는 거였다. 게다가 친정이나 가야 얻을수 있던 유정란과 할매들이 우리콩으로 만든 손두부가 꾸러미의 기본품목이고 시골언니들이 조미료 대신 효소넣어 만든 반찬을 맛볼 수 있고 보리순같이 마트에서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던 특별한 식재료를 만날수 있다니 이 매너리즘에 푹빠진 주부는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딸이 맛있게 먹고 오동통한 살 속으로 영양성분들이 꽉꽉 채워질 생각을 하니 이보다 흐믓할 수가 없다.
나의 첫꾸러미는 이랬다.
*손두부ㅡ장수마을 할머니들이 영광에서 재배한 콩과 천일염 간수로 만들었단다.간도 하지 않은 생두부를 네살 딸래미는 말없이 아이스크림 퍼먹듯 푹푹 떠서 먹었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까지 먹어본 두부중 최고다!
*유정란ㅡ곡물과 조개껍데기, 배춧잎 먹고 자란놈들이 낳았단다. 소금 살짝 뿌려 프라이를 했는데 더없이 완벽하다. *무말랭이ㅡ햇무를 말려 매실액과 간장에 절였다가 갖은 양념넣고 무쳤단다. 뒷맛까지 깔끔하고 오독오독한 밥도둑!
*쪽파갓김치ㅡ새우젓과 단배를 갈아넣었다는데 요건 정말 따라해보고 싶을만큼 맛이 좋았다. 양을 더 늘려주시라고 하면 양심이 없는 걸까...? *보리순ㅡ건강재료로 각광받는 이놈을 언니네 텃밭덕에 드디어 손에 넣었다. 된장풀어 팔팔 끓여주니 세상에 네살배기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더라.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할까? *현미찹쌀ㅡ워낙 현미를 좋아하는 집이라 기대만발이었는데 정말 밥맛이 꿀맛이다. *보라색무우ㅡ안토시아닌 풍부한 일명 보르도무우는 보라색피클을 담갔다. 맛도 빛깔도 예술인데다 안토시아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는 딸이 공주님되는 무라는 바른소리를 하며 매끼니마다 찾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앞으로 계속 친하고 오랫동안 만나고 싶은 삶을 살찌우는 곳입니다.
언니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