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노동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 행복에도 기여 농민·농업·농촌이라는 삼농이 국가와 국민이라는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서 국민의 행복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민과 농업의 존재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민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면 농민들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겠는가.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고 주변의 행복에도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민들의 행복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조사된 바가 있기나 할까? 농업과 농촌을 통한 농민의 삶도 행복해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비롯하여 생태환경, 경관보전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농촌공동체의 유지라는 다원적이고 공익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농민이 먼저 행복해야 국민 행복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은 농업소득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현재 농민의 농업소득은 전체 소득 4,206만원의 4분의1인 1,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도시가구의 59%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65%선을 회복했다. 농가소득의 나머지 대부분은 늘어나는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전업으로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농민이 뭔가 다른 일을 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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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의 보장은 농민의 노동에 대한 대가이다. 농산물 가격의 보장은 농민이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우선적인 방안이다. 농민들이 직불제가 개편돼도 가장 대표적인 농산물인 쌀의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더 나아가 농민 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다양하게 인정됨으로서 농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란다. 원래 농민이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생산하는 행위 자체가 공익적인 것이었다. 자기 혼자만 먹기 위해 농사를 짓는 농민은 없다. 설혹 그랬다 할지라도 필경 남는 것이 있고 이웃과 가족, 친지들과 나눠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살았다. 전통적으로 우리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농경에 기반한 다양한 공동체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 왔다. 일제의 야만적 탄압에도 맥을 이어 오던 이러한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것은 농업·농민이 사라지는 불과 몇 십 년 사이의 일이다. 이제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과, 농민 노동의 가치 인정을 시작으로 국가와 국민이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같이 일하고 같이 놀고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근원, 농민의 노동 농민의 노동은 유형, 무형의 재화와 가치를 창출한다. 농산물이라는 유형의 가치는 먹거리가 돼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고 활동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농민의 노동은 농업·농민·농촌이 갖는 특성상 많은 부분이 사회적 노동으로 가치가 인정되지 못하고 유실돼 왔다. 특히 여성, 노인 등 약자의 노동은 많은 부분이 사적 영역으로 치부돼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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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 등외 국민이라 자조하는 농민들의 자존감이 살아나고 좀 더 현재의 불행지수에서 벗어나 행복지수도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농어업·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구현은 생태환경 보전, 농촌경관 보전,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지역공동체 유지 등 기존에 이야기되고 있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농민의 노동에서부터 비롯됐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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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본시 사람이 함께 노동함으로서 생산이 배가되는 협력과 협동이 중요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이미 농민들에 의해 적극 제시되고 있기도 하지만 농민과 농민 간에, 농민과 국민들 간에 어떻게 연계하고 협력해서 더 많은 농업의 기능을 살려내고 다양한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인정할 것인지 농민의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인정받는 더 많은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농업은 미래 사회에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청년 실업과 고령화 시대에 가장 양질의 일자리는 농업에 있다고 하지만 농업이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농업 내의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농촌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농지 접근과 주거가 용이해야 하고 영농, 생활지원, 생산물 판로 등 보다 다양한 지원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 6차 산업화, 로컬푸드, 공동체 지원형 농업, 최근의 사회적농업까지 농업의 영역이나 기능을 보다 다원화함으로서 다원적, 공익적 가치 생산을 확대하고 농민의 노동가치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민 노동의 대상인 토지에 공개념을 도입하고 농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새로운 농정틀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 하겠다. 농민의 노동가치 실현은 농민 행복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다. 농민의 노동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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