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년 전부터 여성농민은 씨앗을 뿌리고 키우며 갈무리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성농민은 오늘날 농정에서 배제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은 시장에 맡겨진 채 농업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는 자본의 이익 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여성농민이 나섰던 것입니다.
여성농민이 가꾸는 텃밭에는 아직 농업의 가치, 생명의 가치, 나눔의 가치가 살아있기에 이 텃밭으로 소비자와 만나며 새로운 대안시장을 개척해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도 아니요,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이 결심하면 보다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무모하게도 도전할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가뭄에 생산량이 뚝 떨어져서 바구니가 텅 빈 일이며, 비슷한 농산물 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여의치 않는 활동가들의 상황과 비좁은 사무실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가 가는 길이 ‘농업정의’라는 믿음 하나였습니다. 그 보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시작한 텃밭 사업이 처음에는 꾸러미사업의 형태로만 주변으로 확산되던 것이 이제는 지역농업정책의 내용, 국가 푸드 플랜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 모두의 보람입니다. 이제 언니네텃밭에 관계하는 모든 분들께서는 충분한 자부심을 가시셔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지난 10년의 길을 당당하게 말합시다.
언니네텃밭 생산자, 소비자, 활동가 여러분, 지난 10년 간 너무 많은 수고를 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20년 30년, 아니 언제나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되도록 같이 손 맞잡고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 협동조합 이사장 박 점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