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텃밭살이

HOME > 고객센터 > 언니네 텃밭살이
8월의 텃밭소식 [순천 황전공동체]
2015.08.04 05:51 2483

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8월입니다. 시골이라 다행히도 밤에는 시원해서 열대야는 겪지 않아요. 자연과 함께하는 덕분이겠죠. 대신 산속에 사는 야생동물들이 내려와 농작물을 건드리는 게 문제이지요.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옥수수가 익을 때가 되니 어떻게 알고 왔는지 샅샅이 뒤져서 알맹이를 먹어치웁니다. 옆에 심어 놓은 땅콩잎, 콩잎도 뜯어먹고, 깻잎, 들깻잎 등 강한 향을 갖고 있는 것을 제외하곤 남아나질 않는군요. 동네분 중 한분이 시험 삼아 재배하는 사과나무도 건드려서 키가 닿지 않는 높은 곳만 놓아두고 밑에는 다 뒤져 먹었답니다. 마음 놓고 농사짓는 게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그래서 논밭에는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방지책이 나왔답니다. 그물망울타리, 쇠울타리, 전류가 흐르는 울타리까지 등장했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언니들이 생산해낸 농산물을 꾸러미로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밭의 토마토는 다 죽어도 한숙희언니 밭의 토마토는 많은 수확을 하고 있고, 이삼례언니는 상추, 근대를 전문적으로 수확해 보냈습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어릴 때 케일인 줄 알고 잎을 따서 상추와 섞어 보내기도 했었는데, 전통 채소가 아니면 언니들도 많이 헷갈린답니다. 몇 년 전엔 비트를 콜라비라고 보내 물건을 받은 소비자언니에게 전화가 와서야 알았지요. 꾸러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며 특히 채소에 관한한 동서양을 망라해서 통달해가고 있답니다.

우리 공동체는 꾸러미사업 외에도 순천지역 로컬푸드 장터에도 적극 결합하여 토요일이면 순천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조례호수공원 장터에 갖은 채소를 가지고 나간답니다. 큰 수입은 아니지만 도시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공원에서 매주 벌어지는 갖은 문화공연도 구경하면서 즐거운 장사를 하고 있답니다. 더 재미있는 건 5명 정도 가시는 생산자 언니들마다 단골이 있어서 각자의 물건을 나름 판매하시는걸 보면 무척 신기하지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통이 원활한 사람들이 특별히 있는가봅니다. 연세가 많은 언니들이 주축인지라 언니들 자제분들은 장터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도 본인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장사를 해야 한다면서 꼭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은 75주째라 꾸러미를 싸지 않아 야유회를 갔답니다. 가까운 구례 지리산 문수골로 놀러가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왔지요. 깔끔한 언니들은 고운 옷을 입고 산에 와서 계곡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헹구고는 화장까지 야무지게 하고 나무그늘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꾸러미 작업하랴 장터 준비하랴 바빴던 일상을 계곡물에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왔답니다. 이제 또다시 행복한 꾸러미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언니들의 신나는 야유회 모습


텃밭에서도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