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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산 은미언니

토종 녹두

무제초제, 화학비료 없이 농약도 없이 키웠습니다.

첨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듬해 마을에서 젤 부지런하고 농사엔 늘 일등이 되야 직성이 풀리는 지금은 땅에 묻힌지 몇 년 된 입곡어른께 녹두씨를 얻어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심고 가꾸고 채집하길 10년 쯤 입곡어른 녹두 종자를 놓쳤다면 내게 얻으러 오셨습니다. 그때 종자를 지키는 맘이 어떤 것일지 어렴풋하게 맘으로 와 닿은 것인지 그 뒤로 녹두는 해마다 우리 밭 한 귀퉁이를 차지합니다.

녹두는 진딧물도 잘 옮기지 않고 벌레도 덜 타고 약 없이 키우기가 가능하나 손이 많이 갑니다.

여름 아침 저녁으로 매일 따주어야 합니다. 해가 중천에 가까워지면 건드리질 못하다 손만 가면 어김없이 꼬투리가 탁 터지면서 녹두는 사방으로 춤을 추지요. 언니들 말에 의하면 처녀들이 팩팩 토라지면 녹두꼬타리처럼 토라진다고 했다네요. 

녹두는 아침 저녁으로 꼬투리가 까맣게 되면 따주어야 해서 게으른 사람에겐 맞는 농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부지런한  건 아니지만요. 

녹두는 매일 매일 수확을 하니 그 기쁨이 좋아서 녹두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니네텃밭 장터에 녹두를 내봅니다.

녹두를 따와서 마당에 바짝 말려 두드려 떨어줍니다. 비틀어진 꼬투리 사이에 끼여 있는 녹두도 놓치지 않고 건지려면 일일이 토라진 꼬투리를 봐주어야 하지요. 

그렇게 찾아낸 녹두를 못난 놈, 색이 안 예쁜 놈, 벌레 먹은 놈, 쟁반에 올려서 굴려가며 찾습니다. 

작은 녹두알을 쳐다보면 나중엔 눈이 아프고 구부린 등짝이 아프고 쪼구린 무릎이 아프고... 농사는 참 어렵습니다. 

녹두는 한 번에 수확되는 게 아니라 더더욱 손이 많이 가고 더딘 농사입니다.

고르고 고른 연두 빛에 녹두를 보면 참 이뻐서 이 맛에 농사를 짓는 것 같습니다.

 병에 담아 실온에 보관해 두고 드셔요. 

생산자 정은미 언니 이야기

안전한 농산물을 먹으려고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농사 경력 20년이 넘으며 자가소비용으로 가족이 먹을 것을 재배해서 먹고 남는 것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농사는 먹거리 그 이상에 생명을 살리는 귀한 먹을거리라고 생각하지요.

도시생활을 접고 자급자족에 의미를 찾고 아이들을 편하게 키우기 위해 시골살이를 선택했고 해마다 농사는 조금씩 늘어 올해는 500평이 넘는 밭에 풀을 메자니 허리 펼 날이 없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기필코 풀한테 이겨 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농사는 참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나를 정화시켜주는 소중한 일이기도 합니다. 

작물을 심고 싹이 터오는 과정은 신비로움에 자체이며 아이들도 덤으로 잘 커준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언니들 말따나 몸은 죽고나면 썩어 문드러지는 것인데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들에서 자라면 야생초요 내밭에 자라면 잡초라 생각하며 열심히 풀메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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