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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전여농과 언니네텃밭 공동성명서
2023.09.23 12:03 언니네텃밭 544

923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전여농과 언니네텃밭 공동성명서

"농업과 먹거리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최근 북아프리카 사막지역의 리비아에서 대홍수로 하룻새 2만여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달리는 차안에서 빗물에 갇혀 목숨을 잃기도 했고, 산사태로 마을의 일부가 처참하게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농민들은 들판에서 일하다가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농사일은커녕 생존이 우선인 지난여름을 보냈습니다. 어떤 재난 영화의 상상력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우려를 넘어 대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온과 강수, 극한 기후가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고, 그에 따라 일상의 삶과 함께 농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봄철 이상기후로 냉해를 입는가 하면, 기류변화에 따른 때아닌 폭풍으로 피해를 겪고, 폭우와 긴 장마로 인한 병충해로 과수농가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정책작물인 논콩은 물에 잠겨 결실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해수온이 높아져서 양식 어패류의 폐사로 어업분야의 피해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불가한 상태입니다.


재해에 따른 농어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에도, 실제 농민들의 세세한 피해상황이 어떠한지, 피해상황에 따른 절망감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은커녕, 여론을 의식한 가식적인 대책에 그치고 있습니다. 2019년 농업재해보험 손해율은 186%였지만, 보상은 줄어들고 보험료는 인상되어 2022년에는 65.2%까지 떨어졌습니다. 재해복구에 있어서도 30ha의 피해 규모나, 3억 원 이상의 농업피해 금액 설정은 다수 농민에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일뿐더러 지원단가도 실거래가의 70% 수준에 머물러있는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농기계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되어 그동안 추진해온 기계화 영농 정책과도 거리가 멉니다.


당장의 농어업피해에 대한 접근도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기후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농정당국의 인식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 농정당국의 주된 관심사는 푸드테크, 에그테크에 있는 듯 합니다. 농촌 고령화와 기후위기 등의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주요 전략인 셈인데, 일부의 영역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전체 농업문제에서 보자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작물 생장을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이 일부일 뿐이고, 대다수의 농업과 먹거리로 보자면 노지 재배가 주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조절할 수 있는 농업의 영역이 소수임에도 이것이 마치 농업의 대안인 양 호도하며 주류 농업문제 대책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농업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산업인만큼 농업과 먹거리부문에 대한 폭넓은 대책을 수립해야 함과 동시에 농업에서도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의 가해 역할을 줄이기 위한 정의로운 정책전환이 필요합니다. 비료사용 절감 등의 온실가스 배출정책이나 동물복지형 생태축산 지원으로 메탄가스 감소시키고 생태환경 복원을 선도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먹거리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주권 회복해야 합니다. 농어촌 생태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바이오 에너지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야 하며, 농민수당이나 기본소득 등으로 농어민의 소득안전망을 탄탄히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삶의 기반을 뒷받침 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농업과 농촌이 유지되고 그 안에서 농민과 여성농민이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식량주권과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정당국뿐 아니라 선진적인 농민운동진영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논의의 장을 펼쳐서 기후위기 해결의 중요한 주체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모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에서조차 정부당국의 역할로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의로운 농업 대전환을 주요 농업 의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요구와 실천활동을 벌여냅시다.


기후위기, 농업위기, 식량위기, 사회위기는 한 몸입니다. 우리에게 또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농업과 먹거리의 정의로운 전환으로 대응합시다.


2023년 9월 23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