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익숙하고 친근하게 들리면서도 동시에 묵직함과 애환이 느껴집니다. 이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정서입니다. 힘든 농사일과 끝없는 가사와 마을 일을 하면서도 세상에서 제 자리가 없습니다.
가령 어떤 직원이 사무실에 제일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고 업무 보고 손님 대접에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하는데, 책상이 없고 직급이 없고 월급도 없다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요? 여성농민의 삶이 그것과 얼추 비슷하다고 보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무급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몇 년동안 칼럼을 쓰면서도 한 번도 운 적이 없는데 이 구절을 쓰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돕니다. 하지만 애환은 여기까지이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 원망한다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명을 키우는 그 강한 힘으로 세상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갑니다. 하기에 여성농민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먹을거리가 만들어지고 사랑이 샘솟습니다. 막힌 곳은 돌아가고 없던 길은 만들어 내고 넘어진 이들은 일으켜 함께 갑니다. 그렇게 역사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여성농민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아무나 아무 쪽을 펼쳐서 순서 없이 읽어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여성농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왜 이리 못나고 힘들게 살까’를 고민하는 여성농민들이 읽으면서 기운을 얻게 되면 좋겠고, 여성농민과 함께 사는 남성농민들도 ‘실수의 양면’같은 꼭지를 그 뜻을 음미하며 읽어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농관련 공무원들은 ‘농업인의 날이라면서요?’라는 꼭지를 봐 주시고 농협 관계자들도 문장마다 죄다 암기해서 조합 운영에 적극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 봅니다. 아, 귀농?귀촌하는 분들도 농촌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