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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 가운데, 두번째 공동작업 - 제주 동드레 공동체 김슬기
2022.08.04 14:09 언니네텃밭 364

여름의 한 가운데, 그리고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 고온다습의 제주 전형적인 여름날이었다.

지난달 순희언니 양파밭에 이어 동드레 장터공동체 언니들과 두번째 수눌음(품앗이)

오늘은 미랑언니네 토종 제주푸른독새기콩밭의 검질매기(잡초 제거)작업이다. 제주의 콩밭은 흩어뿌리기로 파종하여 이랑과 고랑이 없는 평평한 밭에 무작위로 콩이 자란다. 나는 흩어뿌리기한 콩밭은 처음 들어가본다.언니들을 따라가지만 자연스럽지 않고 어디를 밟아야 할지 고민하며 발을 내딛는다.


쪼그려 앉으면 엉덩이로 콩을 덥칠까 엉덩이 방석도 쓰지 못하고 서서 허리를 숙여 잡초를 뽑는다. 연주언니가 “미랑언니 에염에 앉아줍서”(밭 가장자리에 앉아주세요) 한다. 밭주인이 밭의 가장자리인 담쪽에 앉는 거라고 한다. 작업이 더 힘들기도 하지만 주인의 스타일대로 하기위함이라고 한다.

콩을 심기전에 메밀을 심었던 밭이라 잡초들 중에 잘 자란 메밀들이 꽃을 피우고 있어 뽑아내기가 영 아깝다.


나루씨가 물었다 메밀도 그냥 두었다가 같이 수확하면 안되요?

골라내기가 더 힘들어서 안돼.

그리고 아마도 생육기간이 다르니 수확시기가 맞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땀이 뚝뚝 떨어진다. 가끔 바람이 불어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미랑언니 밭이 도예하는 집 옆에 위치한 덕에 도예가 삼춘이 시원한 수박을 내오시며 먹고 하라고 하신다. 칼을 대니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수박은 정말 이가 시릴정도로 시원하고 달다. 잠시 땀을 식히며 수박을 먹는 새 모기가 미친듯이 달려든다. 더 쉬려고 해도 쉴 수가 없게 ㅎㅎ


작업을 끝낼 시간이 되어 나오면서 작업을 얼마나 했는지로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1200평정도로 꽤 넓은 밭인데 순희언니는 1/5했다 미랑언니는 1/3했다 연주언니는 1/4정도다 한다.

끝나고는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요즘 우리 동드레 장터 공동체는 만나기만 하면 지난 4-5년간 매주 지속해온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오프라인장터)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화두다. 매출이 얼마나 있는가보다는 지역장터를 통해 푸드마일리지를 낮추는 의미로 우리의 노력들을 유지해야한다는 유지파와 오가는 길이 너무 멀어 시간과 체력의 소모가 크니 장터에 나가는 대신 지역안에서 다른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방향전환파로 나뉘어 만나기만하면 피튀기는 설전이 오간다.

우리 공동체가 동그랗게 살며 가운데서 장을 열면 참 좋은데 제주시에서 일주동로를 따라 동쪽으로 길게 살고있다. 장터는 제주시 서쪽에 있는터라 물리적인 거리가 제일 동쪽에 사는 사람으로부터는 편도 50km 가까이로 상당히 멀다.

사실 양쪽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기에 이미 몇 번째 계속된 회의와 토론에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다. 식당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고는 골목에 나와서 선채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언니들은 곧 여농회의에 가야해서 잠시 짬을내어 논의하느라 회의장소를 찾아 앉지는 못한다.


그 와중에 갑자기 나는 오늘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첫째로는 서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손을 보태고자하는 마음을 나누어서 좋고,

또 바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 공동체의 의미와 지향점을 잊지않고 지켜가기 위해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좋다. 모두가 동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하는 태도가 좋다. 이 얼마나 고급지고 수준 높은 조직인가. 제주로 귀농해서 정말 좋은 분들과 만나고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 내가 얼마나 복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보람있고 행복한 오늘이었다.


여름의 한 가운데, 두번째 공동작업 - 제주 동드레 우영 공동체 김슬기 언니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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