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텃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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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구독] “소비자 신뢰 가장 중요…식생활 변화 패턴 따라잡기 과제”
2019.05.21 16:36 언니네텃밭 797




정기구독 방식 농산물 판매 11년차 ‘언니네텃밭’ 현애자 운영위원장을 만나다

먹거리 안전성 최우선 가치로 두고 제철 농산물 취급·생태농법 지향 등 지켜

생산자인 여성농민은 농사 조력자서 벗어나고 소비자들은 우리농산물의 든든한 후원자로

1인·요리뚝딱 꾸러미 등 현실 반영 노력
 


식품 정기구독이 트렌드가 된 것은 불과 몇년 사이의 일이다. 그런데 이 트렌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농산물 판매에 ‘정기구독’ 방식을 도입한 곳이 있다. 농산물 꾸러미로 유명한 ‘언니네텃밭’이다. 수많은 꾸러미사업을 끝내고 새로 시작하기를 11년째 반복하고 있다. 매주 회원들에게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고 있는 언니네텃밭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애자 언니네텃밭 운영위원장(57)은 ‘신뢰’라고 답한다.



“소비자는 회비를 낼 뿐, 꾸러미에 들어갈 농산물의 생산방법이나 유통방법에서부터 품목을 결정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까지 모두 생산자가 하니까요. 소비자는 사실 선택권이 거의 없죠.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사업인 거죠.”

그래서 꾸러미가 어떤 품목들로 구성되며,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며, 어떻게 배송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공지해서 소비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물론 이런 사전동의만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저희는 먹거리의 안전성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두고 반드시 제철 농산물만을 취급하며 생태농법을 지향하고, 점차 무농약농사를 짓고 토종종자 사용을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10년간 그 약속을 지켜냈거든요.”

가족·이웃과 나눠 먹을 먹거리를 생산하듯 1652㎡(500평)를 넘지 않는 소규모 텃밭에서 생산자인 여성농민이 제초제 없이 직접 농사지은 것들로만 꾸러미를 채우겠다는 약속, 그런 방식으로 먹거리의 안전성을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약속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농업 자체와 농업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중요했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교육에 힘을 쏟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소비자의 이해와 동의 없이는 이런 방식의 생산과 유통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비자와의 관계 맺기를 중요하게 생각했죠. 소비자들을 산지로 초청해 생산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서울 등 도시에 모여서 교육도 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행사를 했죠. 사업 초기 3~4년 동안은 이런 행사를 정말 많이 했어요.”

언니네텃밭의 지난 10년은 이같은 ‘신뢰쌓기’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리고 그 10년은 꾸러미사업에 동참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변하게 했다. 생산자로 참여한 여성농민들은 농민으로서의 이름을 되찾았다.

그동안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 남편의 지휘 아래 조력자로서만 농사를 지어왔던 대다수의 여성농민들이 꾸러미사업을 시작한 뒤로 ‘꾸러미용 텃밭’이라는 자신만의 생산 터전을 가지게 됐고, 농사일을 스스로 결정하게 됐으며, 농부로서 이름도 되찾았다. 소비자들도 변했다. 단순한 소비자에서 우리농산물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현 위원장은 한 소비자 회원의 경험을 기억한다.

“처음 꾸러미를 받고는 엄청 당황했다네요. 상자를 열었더니 모두 생풀인 거예요. ‘나더러 이걸로 요리를 하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결국 대부분은 먹지 못하고 버리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꾸러미에 든 채소들로 다 요리를 해 먹고 있답니다. 제철 채소의 참맛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큰 변화죠.”

각 지역별 생산자공동체 12개, 소비자 회원 2000여명, 그리고 그중 지난 10여년을 함께해온 소비자 200여명.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부침도 있었지만 꿋꿋이 버텨내고 이겨낸 언니네텃밭의 현재 성적표다. 물론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을 따라잡는 것.

“요리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게 현실이에요. 그러니 꾸러미 구성도 바뀌어야죠. 1인가구를 위한 1인꾸러미, 요리하기 편한 식재료로 구성한 요리뚝딱꾸러미 등 새로운 구성으로 이미 변화를 시도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어요. 가공사업 확대, 소포장 물류센터 추진 등을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광주=이상희, 사진=김남우 기자, 언니네텃밭
 



언니네텃밭 회원들이 소비자에게 보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다.




‘언니네텃밭’은…

여성농민 중심 전국 12개 생산자공동체 참여

 

지역의 여성농민을 중심으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포장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꾸러미사업을 하는 단체다. 2009년 강원 횡성에 생산자공동체를 조직하면서 시작됐고 현재 전남 나주, 제주 등 전국에서 12개 생산자공동체가 참여하고 있다. 2016년에는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꾸러미에는 여성농민들이 직접 만든 반찬·가공식품도 들어간다.




농민신문 원문 기사 출처 : https://www.nongmin.com/nature/NAT/ETC/311649/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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