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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사일에서도 남녀 동일임금을!
2020.11.25 10:29 언니네텃밭 245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사일에서도 남녀 동일임금을!


구점숙(남해여농 생산자)


전라도와 경상도 할 것 없이 도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결이 있었으니 그것은 농사일에 있어서 남녀임금의 차등 지급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신화와 같아서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룩한 질서인 듯합니다. 혹 누군가가 문제의식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깡그리 눌러주는, 넘을 수 없는 벽같은 한마디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는 힘든 일을 하니까 돈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없잖아 그런 측면도 있었습지요. 돌을 쌓거나 아주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하는 일들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힘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은 기계장비로 하고 상당수의 일은 가벼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특수임무의 경우는 그만큼의 댓가가 더 주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넘을 수 없는 벽같은 그 논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진즉부터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그 철옹성 같은 논리에 나 역시도 번번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힘센 남자의 노동이 들어가야 농사일이 되니까 그런거지 라고 적당히 타협을 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농사일을 계속 하다보니 그 견고한 논리에 대한 의구심이 독사 대가리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힘든 일은 기계로 하고, 불편한 자세로 오래 일하는 이들은 바로 여성들이라는 것이 나와 내 이웃의 노동에서 입증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임금 차별이야말로 남녀차별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가 아니던가요? 같은 일, 혹은 더한 일을 받고도 덜한 일삯을 받는 일은 농촌여성들로 하여금 한없이 작아지게 하는 사회적 장치입니다. 여성이니까 차별당하는 그 많은 일들 중 임금 차별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이 농촌사회입니다. 억울하면 남자로 태어나던가! 설마, 이런 말씀은 안 하시겠지요?

세상의 이치가 논리 싸움, 쪽수 싸움 아니던가요? 논리의 힘에 이길 수 있는 것은 쪽수밖에 없는데 쪽수로도 논리로도 기울지 않는다면 이는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사항입니다. 농촌지역에서도 남녀동일임금 적용! 다른 업종은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이미 인력업체에서는 남녀동일임금을 적용해서 같은 일을 하던지 다른 일을 하든 간에 같은 일삯을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은 대규모 사업장 중심이 아니라 개별 농민, 농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니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쪽의 일삯이 오르거나 한쪽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어디에다 맞춰야 하는지, 또는 누가 먼저 시행해야 하는지도 문제가 되겠지요. 가뜩이나 농가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살림이 어려운데 동일 임금 적용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이뤄져 오던 일이니까요.

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이나 대규모 사업장의 임금협상은 매우 중대 사안입니다. 마찬가지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농가소득과 농촌임금은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별 농민이 알아서 해결해야 될 소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농촌지역 임금 적용에서 성차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가시적인 성과도 있어야 지속가능한 농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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