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텃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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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농민의 날을 맞이하여
2020.11.11 13:09 언니네텃밭 44

농민은 흙으로부터 모든 일을 시작합니다. 

흙을 보고 맞는 작물을 심고, 흙을 가꾸어야 비로소 작물도 가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흙(土)을 나누어 십(十) 일(一) 월 십일일을 농민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11월쯤 되면 가을걷이가 끝나고 행사를 하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요. 


예로부터 가족들이 먹는 텃밭 농사는 부인이 짓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합니다. 집안을 보살피는 일이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왔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집안일’이라 가치가 폄하되었지요. ‘언니네텃밭’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언니네텃밭의 출발점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보이지 않는 노동력이었던 농촌부녀자, 농가 여성을 당당한 ‘농민’으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믿으며 시작한 것이 ‘언니네텃밭’ 최초의 사업인 ‘꾸러미’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고, 텃밭 농산물을 모아 내고,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도 가져보았습니다. 농사일하느라 가뭇해진 손끝으로도 야무지게 반찬도 무칩니다. 늘 하던 집안일이 집 밖을 향하며, 언니들은 처음으로 남편 돈도 집안 돈도 아닌 ‘내 돈’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농민이 여성농민에게 이어주는 토종씨앗과 전통농법 역시 텃밭의 귀한 가치입니다. 종자 기업에서 파는 종자들은 대부분 거세되어 다시 심을 수 있는 씨앗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에 매년 새 종자를 사느라 큰 비용을 지출합니다. 이에 비해 집마다 텃밭에 심어온 토종 씨앗은 딸에게 어머니가 물려주고,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물려주는 씨앗입니다. 뭐 옆에 뭐를 심어야 잘 열리고, 어느 절기에 심어야 하는지, 어느 밭에서 잘 자라는지 그런 이야기와 함께 여성에게서 여성으로 전해집니다. 나이 든 여성농민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보물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꽃피는 공간이 바로 텃밭입니다. 


텃밭에서 언니들은 다양한 작물을 키웁니다. 가족이 먹을 것이라 많이씩도 안 하고, 한 줄에 작물 하나씩 심어서 꾸러미에도 내고, 장터에도 내고, 자식에게도 보내주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도 쉴 날이 없습니다. 언니들은 생명을 길러낸다는 자부심과 함께 늘 마음 한 칸을 밭에 묻어두고 다닙니다. 


농민의 날이지만 언니들은 오늘도 여전히 흙밭에 있을 것입니다. 어느 분께 보낼 당근을, 고구마를 싸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실은 농민의 날은 농민들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날일 것입니다. 농민에 대한 뉴스를 떠올려도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고 나와는 무관한 일로 여겨진다면, 우선 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 점심으로 먹은 호박은 어디서 왔을까. 당근은 어떤 분이 기르셨을까. 눈앞의 고구마는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려왔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점점 먹거리를 사는 게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11년간 언니네텃밭이 걸어온 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기쁠 듯합니다.


-언니네텃밭 사무국 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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