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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식용유·간장을 믿지 마세요
2013.04.26 01:32 2805

4월 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표한 '2012년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GMO가 포함된 콩, 옥수수, 면실 등 농산물의 국내 수입승인 규모는 26억7000만 달러(784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MO 관련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지만, 수입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GMO 수입품목과 수입량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GMO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시민단체인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구한 GMO(유전자조작농산물) 관련 정보공개요구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해당 시민단체가 요구한 내용은 업체별 GMO 수입품목과 수입량이었는데 논란의 핵심은 이것이 과연 영업비밀인가에 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수입품목과 수입량인데 왜 영업비밀이라고 하면서까지 식약처가 숨기고자 하는가라는 의심을 사는 계기가 되었다. 영업비밀은 애초에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베끼기나 훔치기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흔히 산업스파이가 이와 관련이 있다. 즉, 한 기업이 자본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법으로 지켜줌으로써 그 자본의 회수를 위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비밀의 목적은 부정경쟁을 막는 것에 있었다. 

식약처가 인정한 영업비밀의 속내 

▲ 유전자 변형 옥수수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GMO 옥수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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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경제적 가치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무역에 관한 지식재산권협정이 만들어지고 이 협정 속에 영업비밀을 지식재산권범위 내에 포함시키면서 이 내용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후 대부분의 경우 기술이 공개되는 특허 등의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이 공개되지 않는 영업비밀을 택할 것인지는 각 기업이 어느 것이 더큰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게 되었다. 

영업비밀이 지식재산권의 범위 안에 들어간 이후 엉업비밀의 목적은 부정경쟁의 방지만이 아니라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변화되었고, 또한 경제적 이익의 범위는 현재의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까지 포함되었다. 그 결과 영업비밀의 범위는 그 잠재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무한하게 그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식약처의 이번 결정 역시 바로 이 영업비밀의 무한한 확장의 일환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수입품목과 수입량이 이런 무한 확장의 범위 내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유전자조작식품과 관련 표시제도에 있다. 만약 이 표시제도가 잘 되어 있다면 소비자는 누구든지 이 표시를 통해 제품의 원료가 유전자조작농산물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표시제도의 한계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실제 먹는 식품에 어느 정도의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 시민단체는 그 원천인 수입품목과 수입량을 알고 싶어했던 것이다. 역으로 따져보면 기업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수입해도 이를 식품의 원료로 썼을 경우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원료의 출처를 밝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수입품목과 수입량을 공개하면 결국 이것이 다 밝혀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잠재성만으로 영업비밀 보호가 가능해진 셈이다. 

자, 그러면 이제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사용하는 모든 식품에 대해 표시를 하도록 정하면 수입량이나 품목을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표시제도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표시제도는 너무 많은 예외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실제 얼마나 많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원료로 한 식품을 먹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제 현재의 표시제도를 간단히 살펴보자.

GMO 표시제도의 '허점' 

▲  시민단체들의 'GMO 옥수수 수입반대' 기자회견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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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전자조작농산물 표시제도가 문제인 이유는 표시가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관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관문은 식약처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식약처 수입승인을 얻어야 한다.  물론 이 관문 자체가 그리 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승인을 위한 안전성평가를 우리나라에서 하지 않고 그 개발자가 하고 있고 우리가 하는 것은 그 개발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실물자체를 보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2006년 재배해서는 안 되는 유전자조작벼가 미국에서 불법 재배, 수출되었을 때, 우리는 그 벼를 얼마나 수입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식약청의 승인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문은 비의도적 혼입률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지역이나 국가에서 들어온 농산물 가운데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아닌 경우라 하더라도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있어 섞일 우려가 있다. 그 생산자가 일부러 섞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아무리 섞이지 않도록 노력을 했어도 어쩔 수 없이 섞이는 경우에 생산자인 농민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자도 부담을 나눠지기 위한 제도가 바로 비의도적 혼입률이다. 

소비자의 부담은 국가마다 다른데 우리나라는 3%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100개의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아닌 농산물 가운데 3개 이하의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섞여 있을 경우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시를 하는 기준은 4개 이상이 섞여있을 경우에 한정된다. 유전자조작 여부의 표시 없이 수입된 건 가운데 약 24%에서 GMO가 검출되었으나 대부분이 3% 이상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시위반은 아니라면서 문제없이 수입되었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두 개의 관문이 표시제도의 핵심적인 장애요소는 아니다. 더 큰 관문은 다음 두 가지 관문이다. 세 번째 관문은 원재료에 함량이 많은 순서로 꼽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만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식품위생법이 모든 원재료를 표시하도록 개정하기 전에 주요원재료를 함량이 많은 순으로 5가지 이상을 표시하도록 했을 때 만들어진 기준이다. 당시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주요원재료를 5가지만 표시해도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5가지만 표시하고 있었다.  

굳이 유전자조작농산물만 6순위 이하도 표시하도록 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원재료를 표시하도록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이 표시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즉, 6순위 이하의 원료 중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있어도 표시하지 않아도 법위반이 아니다. 어떤 기업이 굳이 6순위 이하의 원료에 유전자조작여부를 표시하려고 하겠는가?

네 번째 관문은 가공 이후 유전자조작원료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유전자나 단백질 물질이 남아 있어야 표시 대상이 되도록 정해진 예외 규정이다. 여기에 가공식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역시 표시 대상이 아니다. 즉 2차,3차 가공품의 원재료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식용유, 간장, 올리고당, 과당 등의 각종 당류 및 주류와 식품첨가물은 표시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여러분이 가공식품기업을 경영한다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수입하여 이를 식용유나 간장의 원료로 쓰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주요원재료를 표시해야 하는 장류나 두부 등에 쓰는 것이 유리할지 판단을 해보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전자조작농산물은 표시대상이 아닌 식품에 사용할 것이다. 그래야 표시하지 않고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식품에 원료로 쓰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무엇을 할 것인가? 표시제를 개정하여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모든 식품을 확인하길 원는가? 아니면 계속 예외를 인정하고 이를 영업비밀로 보호해 줄 것인가? 그 선택 역시 소비자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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