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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텃밭'의 식량주권운동, 변화는?
2013.04.07 14:40 이경희 2157
[사회적기업 탐방 20] '언니네텃밭'의 식량주권운동, 변화는?
제철꾸러미·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으로 생산자·소비자에 믿음 전달
입력 2013.04.01 15:37:17 조민경 기자 | cmk@newsprime.co.kr

[프라임경제] 정부가 '식품안전'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을 식약처로 격상시켜 권한을 강화한 것도 국민 먹거리 안전을 보다 체계적으로 챙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산자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식량주권운동'에 앞장선 곳이 있어 찾아갔다.

"우리 국민들이 먹거리에 대해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농업몰락이 대두되고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적어요."

"생산자는 마음 놓고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생산됐는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공급받는 것이 식량주권이에요. 가장 기본적인 주권이지만 그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식량주권사업단 언니네텃밭(이하 언니네텃밭)'. 지난 2009년 전여농 사업단으로 출범한 언니네텃밭이 햇수로 5년을 맞아 올해 별도법인 분리를 통한 독립 운영과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방배동 언니네텃밭 사무실에서 만난 윤정원 언니네텃밭 사무장은 첫 대화부터 언니네텃밭의 사업 기치이자,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식량주권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니네텃밭은 이 같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크게는 제철꾸러미 사업과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 두 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언니네장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제철꾸러미 사업, 생산자-소비자 '상부상조'

언니네텃밭의 대표사업인 제철꾸러미 사업은 여성농민들이 텃밭농사를 통해 생산한 제철 농산물을 꾸러미로 구성해 소비자회원들에게 일정 주기로 보내는 사업이다.

농사를 짓는 생산자(농민)가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것으로, 생산자는 소비자를 위해 안심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농민들이 지은 먹거리를 소비하는 말 그대로 상부상조하는 셈이다.

 윤정원 언니네텃밭 사무장. = 조민경기자
윤정원 언니네텃밭 사무장. = 조민경기자
"사실 제철꾸러미 사업은 언니네텃밭이 최초로 한 것은 아니에요. 국내 일부 농가와 소비자들이 직거래 관계를 맺고 이런 형태로 운영해오고 있었고,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벤치마킹해 만들었죠."

"만약 앞서 다른 꾸러미 사업이 없었다면 지금 언니네텃밭의 제철꾸러미 사업도 생기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현재 언니네텃밭의 사업은 안정적인 형태를 갖춰 운영되고 있어요."

일부 농가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소규모로 이뤄지던 사업을 언니네텃밭이 규모화, 체계화해 새로운 사업모델로 탄생시킨 것이다.

윤 사무장은 언니네텃밭이 사업모델을 제시하는데 일조하고, 현재 사업이 안정화됐다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실제 이 사업은 생각보다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농민단체나 귀농한 사람들이 언니네텃밭의 제철꾸러미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 사업을 토대로 직거래 방식으로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전국 140명 농민과 1500명 소비자 참여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제철꾸러미는 매주 또는 격주에 한 번씩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국산콩 두부와 방사 유정란을 기본으로 주곡과 잡곡, 장류, 간식거리, 제철 과일과 채소 등으로 매주 다양하게 구성된다. 남해일대의 해산물과 제주도의 한라봉, 천혜향 같은 지역 특산물이 깜짝 구성될 때도 있다.

"소비자회원들은 매주 제철꾸러미에 어떤 먹거리가 담겨올지 궁금해 하는데요. 요즘에는 신선한 봄나물이 많이 구성되고 있어요. 제철꾸러미 제품들은 마을공동체가 직접 텃밭에서 자급하는 제품들로, 믿고 먹을 수 있어요."

 주곡과 제철 과일, 채소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는 제철꾸러미. ⓒ 언니네텃밭
주곡과 제철 과일, 채소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는 제철꾸러미. ⓒ 언니네텃밭
알게 모르게 생산자, 마을공동체라는 단어가 계속 언급됐다. 제철꾸러미를 구성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마을공동체란 생산자공동체를 말해요. 각 지역별 여성농민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함께 제철 먹거리 생산계획을 세우고, 분배해서 생산하고 꾸러미 구성을 논의하죠. 마을공동체 소속 생산자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매주 제철꾸러미를 만들어 지역별 소비자회원들에게 배송, 제철꾸러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언니네텃밭에는 △강원도 4개 △경북 2개 △전북 2개 △전남 3개 △경남 2개 △제주 2개 등 15개 생산자공동체(꾸러미 공동체, 마을공동체)가 소속돼 있으며, 140여명의 여성농민이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회원은 1500여명 가량 되지만, 소비자공동체는 아직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언니네텃밭은 소비자 간의, 소비자-생산자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소비자공동체 모임을 구성해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언니네텃밭은 제철꾸러미 사업 외에도 온라인상에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언니네장터사업', 토종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 '새로운 농작법 연구개발·보급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윤 사무장은 "생산자도 늘고, 소비자도 늘어나는 등 언니네텃밭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량주권 지키기 노력…사회적기업 인증

언니네텃밭은 이 같은 식량주권운동 노력으로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2년만인 2011년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목표가 컸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농민들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미를 키워나갔다.

이렇게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뒤, 언니네텃밭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윤 사무장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인증 후 언론뿐 아니라 정부기관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언니네텃밭 사업과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데 있어서도 사회적기업 인증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매주 직접 생산한 먹거리로 제철꾸러미를 구성해 소비자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언니네텃밭 상주봉강공동체(생산자) 회원들. ⓒ 언니네텃밭
매주 직접 생산한 먹거리로 제철꾸러미를 구성해 소비자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언니네텃밭 상주봉강공동체(생산자) 회원들. ⓒ 언니네텃밭
언니네텃밭은 이러한 관심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올해면 끝나는 사회적기업 인증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걱정하고 있다.

윤 사무장은 "소비자회원이 늘어나면 그 만큼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자회원을 최대한 늘리는 게 목표다"며 "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를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방식 등의 연계 사업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언니네텃밭은 보다 독립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기존 전여농 사업단에서 분리해 별도법인(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생산자중심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 중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연내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자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는 언니네텃밭이 앞으로 우리사회의 식량주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무척 기대가 됐다.

윤 사무장은 "여러 활동과 사업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식량주권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며 "또한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된 식량생산유통체계를 만들고, 전체 농업정책과 농정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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