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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지]토종이 자란다_토종전문가 김혜영
2016.04.18 08:56 2664
토종콩 이야기

  

<사진출처: 마르쉐>

  안녕하세요저는 김혜영이라고 합니다20여 년 전 농민들과의 인연으로 농민, 주부 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이제는 농민이 되었고 특히 토종 씨앗에 큰 사랑을 갖고 토종 씨앗 보존, 증식, 나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토종 씨앗을 지키는 데에 우리 여성 농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니네텃밭에서 펼치고 있는 토종 지킴이 활동을 통해 많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 활동 중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한다면 , 농사짓는 땅과 인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조상들의 전통 농법은 이 땅을 반 만 년 지속한 터전으로 지키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의 전통 농법은 구시대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점점 사라져갔으며 1960년대 말 화학비료의 생산 공급이 시작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전쟁 이후 굶주림을 면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통 씨앗보다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개량 종자들이 정책의 일환으로 들어왔고 화학 비료와 그에 따른 농약의 사용도 50여년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초기 식량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었으나 지나친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의 사용으로 이제 우리나라의 농지는 무늬만 흙일 뿐 지렁이, 땅강아지 한 마리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되었습니다. 화학 비료의 한계 생산 시기가 대략 사용 후 45년 전후라 합니다. 즉 화학 비료로 인한 생산량의 증가가 정점을 찍고 나면 단순 무기질비료(화학비료의 본래 이름)로는 더 이상 작물의 생산이 증가하지 않고 온갖 병충해에만 시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미 유럽에서는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등 땅의 힘을 살리는 농법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흙 한 숟가락 안에는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시작으로 흙 속에 건강한 먹이 사슬이 형성되고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게 되면 더러 병충해가 오더라도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수 십 수 백 년 지속가능한 농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토종 씨앗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토종 씨앗은 농민의 손에서 받아지고 다시 심어지는 씨앗입니다. 씨앗은 단순히 단백질 또는 탄수화물이라는 성분으로 그 값어치를 매길 순 없습니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에 담겨있는 기운이 곧 생명력이고 그 생명력이 먹을거리로 와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건강한 정신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콩의 해입니다지구상에서 콩은 흙을 건강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동물을 먹지 않아도 인류를 건강하게 해주는 있는 완벽한 식품입니다. 그 콩의 원산지가 만주 지역과 한반도입니다기원전 91년 사마천의 [사기]북으로 산융을 정벌하고 고족국(=고구려) 지역까지 갔다가 융숙(= , 대두)을 얻어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고 3세기 중엽 [삼국지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 사람이 장이나 술 같은 발효 음식을 잘 만들고 발해에서는 콩과 소금을 발효시킨 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참 놀랍지 않나요? 고구려 때 이미 메주를 쑤고 된장, 간장을 담아 먹었다는 것이지요우리가 더러 알아볼 수 있는 토종 콩 중에는 밥에 넣어 먹는 밥밑콩으로 서리태, 밤콩, 선비잡이콩, 강낭콩(강낭콩에도 아주 종류가 많습니다. 검은 것 흰 것, 얼룩무늬가 있는 것, 덩굴이 있는 것, 앉은뱅이 인 것 등) 등이 있고, 나물을 길러 먹는 것에는 오리알태, 수박태 등이 있지요. 땅콩도 나물로 길러서 국을 끓여먹었다고 합니다. 또 아주 맛있는 콩으로 동부라는 것이 있는데, 개파리동부, 붉은동부, 어금니동부, 굼벵이동부, 각시동부, 흰동부, 유월동부 등 모양과 빛깔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시골의 오일장터에 가보면 간혹 할머니들이 알록달록한 콩들을 조금씩 갖고나와 파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대개 특이한 모양이나 빛깔을 가진 것들은 토종일 확률이 높지요.

  장터에서 그런 녀석들을 발견하면 이렇게 한 번 지어 드셔보기를 권하면서 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테니 그때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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