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을 두 글자로 컴맹이라 부르듯, 저는 농사일에 완전 무지한 농맹입니다. 그런데도 작은 텃밭을 7월까지 경작할 기회가 생겨 덜컥 분양을 받았습니다. 평소 스코트니어링 부부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을 비판한 경제학자로 은퇴 후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의 삶을 동경해온 남편의 제안 덕분이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뭘 심어야 할지, 씨앗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 인터넷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며 텃밭을 꾸몄습니다. 씨감자, 옥수수, 상추를 심고 가꾸며 농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매일 먹는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 어떻게 오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정호진 행복중심서울생협 조합원
지난 5월 7일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서 열린 토종 씨앗 채종포 공동경작 개장식을 다녀왔습니다. 홍천군 여성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이 토종 씨앗을 공동경작하는 ‘채종포’는 씨앗을 받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밭입니다. 2015년 첫 씨를 뿌리고 한 해 동안 잘 가꾸어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전파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개장식에는 홍천군 지역 내빈들과 홍천군 여성농민회, 행복중심 서울생협, 서울서남생협, 서로살림 농도생협 이사장님들과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올해 토종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하며 길놀이를 했다.
홍천여성농민회/행복중심조합원이 함께 토종씨앗을 심었다.
채종포에서 꿀맛 같은 맛있는 점심을 먹고, 힘을 내어 경작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밭에 멀칭 작업을 했습니다. 멀칭 작업은 검은 비닐을 밭에 덮어주는 작업으로 농작물의 뿌리를 보호하고 땅 온도를 유지해 흙이 건조해지거나 병충해와 잡초를 막기 위해 하는 작업입니다. 여성 농민회 김정자 선생님의 지휘를 받으며 씨앗을 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종삽을 이용해 비닐 속을 살짝 파내고 노란감자, 자주감자는 각각 한 알씩, 쥐이빨옥수수와 땅콩은 각각 두 알씩 구멍에 넣었습니다. 흙을 덮은 후 찢긴 비닐을 살짝 떼 주면 씨앗 심기는 끝입니다. 씨앗을 너무 깊이 심은 건 아닌지 또 씨앗 간격을 너무 촘촘하게 해서 나중에 제대로 못 자라면 어쩌나 걱정하며 정성껏 심었습니다. 넓지도 않은 밭에 고작 몇 시간 일했을 뿐인데, 땀이 나고 몸이 쑤시니 농사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럿이 함께 땀 흘려 심은 만큼 토종 씨앗이 힘을 내어 무럭무럭 자라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토종종자를 늘리고 확대·보급하는 것이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토종씨앗 개장식에 참석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