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텃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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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의 소중함을 알려주신 홍천공동체에 감사드려요
2015.06.15 13:51 이현지 2847

안녕하세요~

지난 5월, 강원도 홍천공동체에 찾아갔던 <나눔문화>입니다.

 

텃밭을 놀이터 삼아 뛰어노는 개구쟁이들을 이쁘게 봐주시고

마을 어르신들이 고이 지켜오신 소중한 토종씨앗도 나눠주시고,

왜 토종씨앗이 중요한지 아이들 눈높이 맞게 조곤조곤 설명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눠주신 토종씨앗은 <나누는 학교>아이들이 가꾸는 텃밭에 뿌리 내리고

예쁘게 싹을 틔웠답니다. 가을에 수확해서 다시 찾아뵐게요^^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나누는 학교 어린농부들의 토종씨앗여행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나누는 학교는 '나눔문화'에서 2003년부터 운영해온 주말학교입니다.

 http://www.nanum.com/site/with_naschool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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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년째 텃밭을 일궈온 <나누는 학교> 어린농부들.

새롭게 꿈꾸기 시작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대대로 우리 땅에서 길러온 '토종씨앗 지키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토종옥수수'를 심어왔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토종씨앗은 우리 꺼!"라고 말은 하면서도

왜 중요하고, 어떻게 지킨다는 건지 아리송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건 다 토종 아니에요?"
"토종이니까, 토종씨앗도 비쌀 거 같아요"
"배추 심어서 고기 나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난 고기가 좋은데"

어른들에게도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지만
우리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이고 내 생각을 이루어가기 때문에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없는 토종씨앗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쳐가며, 하나씩 알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15-16일, <나누는 학교>는 토종씨앗으로 농사짓는 농부님을 직접 만나러
강원도 홍천으로 '토종씨앗여행'을 떠났는데요, 그 이야기를 사진으로 나눕니다.

"지금 토종씨앗에게 무슨 일이?" 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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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님을 만나기 전,
먼저 토종씨앗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본 영상은 <지식채널e – 그 씨앗 속에는 씨앗이 있을까>와

<하나뿐인 지구- 오래된 미래, 토종> 두 가지였습니다.

토종씨앗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아이들의 소감이 이어집니다.

"파는 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토종파가 따로 있다는 게 신기해요"

"청참외는 처음 봤어요. 앜~ 먹어보고 싶다~~"

"시장에서 사 온 배추씨를 매년 다시 심을 때마다

모양이 이상한 배추가 나왔잖아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 씨앗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그런데 5%밖에 토종씨앗이 안 남았다니.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농부님들이 '이익을 낼 거냐 아니냐'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할 거 같아요"


조금씩 토종씨앗에 대해 알아가는 아이들,

더 궁금한 것은 토종씨앗을 직접 기르고 계신 농부님께 여쭤보기로 했답니다.

농부님 만나러 갈 준비부터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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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한 일은?

귀중한 씨앗을 담을 '씨앗주머니' 꾸미기!


"아~ 무슨 씨앗을 주실까? 몇 개나 주실까?"

"우리 내일 토종씨앗 갖고 계신 할머니 농부님 만나러 간댔잖아.

주머니가 예쁘면 씨앗을 더 많이 주실지도 몰라"

내일이면, 씨앗으로 가득 찰 주머니 생각에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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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토종씨앗이 자라고 있는 '채종밭'에 꽂을 <나누는 학교> 손글씨 팻말을 완성~

농부님들이 일하다 힘들 때, 팻말을 보면 다시 힘이 불끈 나실 것 같지요?

<나누는 학교> 아이들도 '토종씨앗 함께 지켜요!'라고 손글씨를 쓰며 다시 마음을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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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받을 토종씨앗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도 미리 체크합니다.

'씨앗의 이름은 무엇인지, 언제부터 갖고 계셨는지,

언제 심고 언제 거두어야 하는지, 기를 때 조심해야 하는 건 없는지

농부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지.' 질문리스트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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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는 농부님 댁으로 직접 찾아갈 생각을 하니, 긴장되었는지

아이들은 뭐라고 인사를 드리고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순서를 짜가며 연습까지 했습니다.


"할머니~ 씨앗 주세요."

"야! 바로 우리 본론부터 얘기하면 어떡하냐. 우리 소개를 해야지~"

"할머니~ 저희는 나누는 학교..."

"그렇게 작게 말하면 들리시겠냐. 좀 크게 말해 봐."

어른들과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 아이들.

토종씨앗을 얻으러 가는 길에 예절까지 익히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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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농부님께 드릴 감사선물 '부채'와 '손편지'까지 준비 끝~

"할머니께서 토종씨앗을 소중히 지켜왔다는 말을 듣고

저희도 할머니께 씨앗을 받아 소중히 지키려고 합니다.

목숨처럼 지켜온 할머니를 따라 감사히 받고 저희도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나누는 학교 중등반 올림-


처음 방문한 곳- 토종씨앗을 위한 밭 <채종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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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학교> 아이들과 <토종씨앗 공동 채종포>를 찾아갔습니다.

채종포는 열매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씨앗을 받기 위해

토종씨앗을 심고 가꾸는 밭을 부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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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짓는 여성농민 선애진입니다.

이곳에선 '강원도 홍천군 여성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 회원들이 힘을 모아

쥐이빨옥수수, 수수, 조, 기장, 땅콩, 녹두, 팥, 콩, 감자 등의 토종작물을 가꾸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멀리까지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요, 뭐 보러 오셨어요?
(아이들: 토종씨앗이요)

토종씨앗이 왜 중요해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조용~)

자^^ 우리가 매일 먹는 게 뭐에요?
(아이들: 밥이요)


맞아요. 밥. 벼를 요리하면 밥이 되죠~ 씨앗이 곧 밥이에요.

그런데 공기처럼 너무 흔해서 우리가 소중한 걸 잘 모르고 지낸답니다.


여러분 핸드폰이 잠깐 망가지거나 안되면 어때요? 난리가 나죠.
근데 밥 한 끼 못 먹으면 어때요? 짜증나요?
아니죠. 에이 컵라면 먹으면 되지, 하잖아요.

우리 주변엔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아요.
'광고'도 그렇죠. 치킨, 피자, 좋은 것처럼 광고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밥을 광고하는 경우가 있나요? 없죠.
그래서 진짜 소중한 것을 잊게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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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님이 보여주신 다양한 종류의 토종씨앗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나누는 학교> 어린농부들

"그 소중한 것-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누가 나섰을까요?
농촌의 엄마들. 여성들. 우리 같은 여성농민들이 씨앗을 지켜가기로 한 거에요
우리도 각자 집에서 농사를 엄청 많이 지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또 토종씨앗 밭일을 하는 거에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으로요.

저희는 여러분이 몸에 해로운 음식은 최대한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치킨, 햄버거, 라면, 그렇지만 우리 두 번 먹을 거 한 번만 먹읍시다.
가능한 우리 쌀, 우리 토종농산물로 된 것을 많이 먹고요.
줄이기로 약속할 수 있겠어요? (아이들: 네!)

고마워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농사짓는 게 힘들지만은 않고,

보람을 느끼며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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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씨앗을 나눠주실 할머님들을 만나러 갈 텐데,
저희 같은 농사꾼들도 늘 배우고, 도움을 많이 얻는 지혜로운 분들이세요.
그러니까, 해주시는 말씀도 잘 새겨듣고, 씨앗도 많이 얻어오세요^^

그리고 토종씨앗을 나눌 때 우리가 하는 약속이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 오늘 나눠간 토종씨앗은 잘 심고 가꾸어서 2배로 불려서 다시 저희에게 나눠주세요.

두 번째, 가을에 수확한 토종씨앗을 적어도 세 곳에 나눠주세요. 약속하시는 거죠? "
(아이들: 네~)


토종씨앗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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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신 이순행 할머님(82세)

본인의 손주들도 잘 안 시키는 농사일을 쪼끄만 애들이 한다고 하니, 기특하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빨간 팥은 맛이 좋아. 어디에 넣어도 맛있어. 잘 지어서 떡도 해먹고, 밥에도 넣어 먹고 그랴"

"내가 주는 거는 묵은 씨앗이 없어. 다 작년까지 계속 농사지었던 거야."

그 자리에서 들깨를 한 꼬집씩 먹어보라고 손바닥에 놓아주셨는데,

눈이 똥그래지면서 절로 "음~"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소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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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한창 바쁠 때여~"

밭에서 일하다가 아이들이 왔다는 소식에 급히 되돌아오신 진춘자 할머님(75세)

할머니도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으로 대대손손 이어지던 가래팥쥐눈이콩을 나눠주셨습니다.


'몇 월에 심고, 몇 월에 거두나요?'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초복 전에 심꼬, 꼬투리가 허옇게 마르면 수확혀.
그런 건 농사를 지어봄서 아는 건데, 날짜를 어찌 알려준대~

물 주는 거- 그런 것도 하늘 뜻에 따라 하는 거지."

하늘 뜻을 따라 농사짓는 농부님의 지혜로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씨앗들이라, 아이들 질문은 계속 이어졌고,

'팥은 서리 맞기 전에 수확하고, 콩은 서리 맞아도 괜찮다'

농사비법을 한가지는 전수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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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애진 농부님은 '전국여성농민협의회'에서 받아

작년에 처음으로 수확한 목화씨와 어금니동부(콩)를 나눠주셨는데요,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이라 아이들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우리 홍천에서 올겨울에 <토종씨앗 축제>를 열거에요.

그때 우리 나누는 학교 친구들도 와서, 맛난 음식도 먹고

직접 기른 토종씨앗도 들고 오시고요^^ 어때요?"

씨앗을 꼭 남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으니,

더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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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할머니가 키우던 것을 물려받아 15살 때 처음 농사짓기 시작하셨다는 조복순 할머님(79세)

들깨검은콩, 색깔이 너무 이쁜 파란콩 씨앗을 나눠주셨습니다.

(할머니는 퍼런콩이라고 하셨는데... 파란콩이라고 썼습니다)

"씨앗은 자루에 담아서 서늘하고 습기 없는 곳에 보관하면 돼."
할머니는 처마에 매달아놓으신다고 하는데요, 당장 보관할 곳부터 찾아야겠습니다.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전통'과 같은 소중하고 귀한 씨앗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종씨앗은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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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간의 토종씨앗여행을 마치면서

토종씨앗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다시 들어봤습니다.

"토종씨앗은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농부님들의 정성으로 토종씨앗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지수, 고1)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으면 튼튼해지기 때문입니다." (우진, 초6)

"토종씨앗은 [여자친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훈,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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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은 [기대]가 됩니다. 맛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정원, 중3)

"토종씨앗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생명이 있는 식물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찬, 초5)

"토종씨앗은 [공부]같습니다. 안하면 모르지만, 알아가면 재미납니다." (채정, 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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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은 [할머니가 주신 씨앗]입니다.

왜냐하면 돈 주고 사지 않고, 할머니가 직접 주시기 때문입니다." (민, 초4)

"토종씨앗은 [생각]같습니다.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토종씨앗을 지키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승연,초6)

"토종씨앗은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철, 고2)

"토종씨앗은 [저희가 꼭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안 남았는데, 그것마저 빼앗기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건원, 중1)

 

나누는 학교 어린농부들이 토종씨앗여행에서 얻어온 토종씨앗들

땅콩, 빨간팥, 쥐눈이콩, 까만콩, 파란콩, 목화씨, 어금니동부, 들깨, 가래팥

앞으로 아이들은 직접 삽질, 호미질하여 만든 <나누는 학교 채종포>에 이 씨앗들을 심어갈 계획입니다.

"토종씨앗은 우리들이다"

박혜영 친구교사(나눔문화회원) 의 말처럼,

토종씨앗같은 <나누는 학교>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해주세요!

 

 

  • 선애진
    덕바위님, 뿌리배추는 아쉽게도 저희한테 없네요.
    다른 지역에 있나 함 알아볼께요.
    혹시 사정 되시면 '토종씨드림'에서 구해보시면 구할수 있지 않을까 싶긴하네요. 전국의 씨드림 회원들이 보유한 씨앗이 다양하게 많으니까요.
    '다음' 까페도 있으니 도움을 청해 보세요~ 즉답 못드려 죄송합니다 !
    2015.06.17 12:20 댓글 삭제
  • 선애진
    고사리 하얀 손으로 흙을 만지며 행복해하던 나누는 학교 어린 농부들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이것저것 기르기 좋아하는 구슬기 어린이의 농사자랑은 어른농부 못지않게 농사애정이 깊고 기특했구요, 미리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아이들 토종씨앗을 대하는 마음은 거룩하기까지^^ 했답니다. 한알한알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워오겠구나...언니들도 미덥고 기특한 마음으로 토종씨앗 나누었네요.
    궁금해요. 어린농부들의 텃밭에도 초대해 주세요~~
    글 올려주시고 아이들 다독이며 농사지으실 이지현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 감사해요. 아이들이 심어준 쥐이빨옥수수 자라는 거 보면서 늘 생각할께요~
    2015.06.17 12:16 댓글 삭제
  • 박혜숙
    q배추 뿌리가 굵은 토종 배추 씨앗을 구할 수는 없나요?
    2015.06.17 07:18 댓글 삭제
  • 와, 우리 어린 학생들이 토종씨앗에 관심을 갖고 언니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다니 저희도 뿌듯하고 기쁩니다. 받아간 토종씨앗으로 열심히 농사지어서 약속한대로 꼭 2배로 만들어주세요.^^ 저희도 열심히 응원할게요!!!
    2015.06.16 00:41 댓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