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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은 모두 우렁이 제초로 벼농사를 한답니다.(식량닷컴 기고문)
2015.06.02 06:39 2052

우리지역은 모두 우렁이 제초로 벼농사를 한답니다.


구점숙 (경남 남해 삼동면)

본격적인 모내기철입니다. 농민들은 잘 자란 어린 모들을 낼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모가 비교적 잘 자랐습니다. 들쑥날쑥한 봄날씨에도 냉해가 덜 했나봅니다. 어쩐지 모상자에서는 키다리병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모 상태로만 보자면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매일의 농사일을 대하는 시어머니의 긴장감의 정도를 살펴보면 그 일의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농사일을 우리가 다 물러 받은 셈인지라 어머니께서는 조금 돕는 처지이시지만도 일을 할때의 자세에서 만큼은 아직도 예전 그대로 이십니다. 특히 볍씨를 넣는 날에는 어머니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계십니다.

이것저것을 챙기시며 부산해하십니다. 특히 볍씨가 고르게 발아했는지 유심히 살피시며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십니다. 모농사가 절반이라며 신경을 많이 쓰십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고 먹는 것 중에서도 주식인 쌀농사가 으뜸이라는 것은 팔십 가까운 평생 몸소 체득하신 것이겠지요.

벼농사가 해마다 별다름 없이 진행되지만 볍씨종자의 개량 외에도 우리지역에는 새로운 변화가 있고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군전체가 우렁이로 제초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작년부터 행정에서 무상으로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전임군수의 철학이 농사에 반영된 것입니다. 올해로 6년 째 우렁이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 집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반갑고 반가운 일입니다. 6년 전, 방제복을 안 입고 논에 제초제를 뿌리다가 어지럼증을 경험한 남편이 결단을 한 것입니다. 우렁이로 제초를 하면서 여러 번의 실패도 있었습니다. 물 조절을 피농사를 짓기도 했고, 잡초가 어릴때 뽑아야 했는데 얕잡아 보고 미뤘다가 뒤늦게 식겁잔치를 했던 일도 있습니다.

또 논고르기가 제대로 안 되어 물에 잠긴모를 우렁이가 다 먹어버려 보식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주변 농민 분들이 손가락질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어지럼증에 대한 트라우마가 컸나 봅니다.
 
나름의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렁이농법을 고집한 남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던 차에 우렁이를 행정에서 무상으로 지역전체에 공급을 하니 아니 반가울 수가 있겠습니까? 물대기가 어려운 논이나 우렁이 농사의 특징을 잘 모르는 농민들은 우렁이농법에 대해 의아심을 갖기도 합니다. 우리의 경험상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이나 안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마을 분들은 우리가 우렁이 농사를 하면서부터 몇 가구는 같이 우렁이 농사를 짓고 있는 지라 시행착오를 덜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환경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무엇보다 밥맛도 좋다고 누누이 말해왔음에도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행정이었습니다. 행정체계를 통한 정책시도가 농업환경변화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유럽의 농업선진국에서도 친환경농업 비중이 5%대 미만이니, 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길입니까? 그럴수록 정부와 농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데 방점을 콕 찍습니다.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이나 제초제에 대한 문제식이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하기란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밥상용 쌀을 수입하는 정부의 작태와 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농업문제가 누대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져 쌓여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문제가 나서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다부지게 마음먹고 농업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지만 희망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지역에서는 가끔 이렇게 숨통이 트이는 소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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