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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언니 ④ 고령 '서숙경'
2019.11.05 10:41 언니네텃밭 155




이달의 언니 ④ 고령 '서숙경'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이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언니’를 소개합니다. 토종씨앗을 잇는 활동으로 씨앗의 권리를 찾고, 농생태학을 배우고 실천하며 자신과 주변 생태계를 돌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언니네텃밭 여성농민들. 느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자신과 주변을 살리는 언니들의 농사 이야기를 나눕니다. 네 번째 생산자는 언니네텃밭의 토종 지킴이, 서숙경 여성농민입니다.


종자를 한 번도 산 적 없는 16년 차 농민의 토종이야기

들깨가 심겨진 밭에서 포즈를 취하는 숙경 언니



사실, 숙경 언니에게 토종은 생각처럼 거창한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2003년 시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음 경상북도 김천의 산촌으로 이주했을 때, 마을 어른들에게 농사도 배우고 씨앗도 받아 심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다 토종이었다며 웃습니다.


"행정구역으로는 김천인데, 해발 700m 높이의 산촌에 살았어요. 마을엔 7가구밖에 없어서 어른도 몇 분 안 계셨는데, 그 어른들이 심으라고 (종자를) 줘서 심었던 게 돌이켜보니 토종이었죠."


농민으로 산지 16년, 그동안 씨앗을 얻고 자가 채종해 종자나 모종을 한 번도 산 적 없다는 숙경 언니. 처음에는 으레 그렇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농사였는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활동을 하며 농사를 짓다 보니 ‘토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토종을 지키는 운동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사명감을 갖고 토종을 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토종 씨앗을 지키고, 나누는 농민들의 모임 ‘토종이 자란다’의 멤버로도 가입했습니다. 토종이 자란다에서 여는 겨울 공부모임에는 아무리 바빠도 꼭 달려가고, 숙경 언니 역시 공부모임에서 종자도 얻어오지만 많은 종자와 농사 방법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토종 농민들과 교류해 심게 된 ‘앉은뱅이 밀’로 선보이는 밀쌀과 국수는 언니네텃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식재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소농이기 때문에 반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국수. 농사와 농민운동으로 바쁜 와중에 밀을 맡겨 국수를 만들러 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매년 기다려주는 소비자가 있어 힘을 냅니다.


토종벼를 한 줄씩 심어 나락의 색과 높이가 다른 숙경 언니네 밭



“언니네텃밭은 가격을 생산자가 책정하고 생산자 위주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많은 힘이 돼요. 경제적인 힘 보다는 농민의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소비자는 그걸 알아주니 정신적으로 힘이 돼죠. (웃음) 그래서 토종벼를 사명감으로 지키면서 토종 농사를 늘리는 데에도 도전할 수 있어요.”



"자연농, 순환농 방식으로 농사지어 왔는데 애들이 자연이 순환되는 방식을 스스로 알더라고요. 따로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 교육도 ‘우리가 이렇게 살면 뭘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살겠지’ 하는 믿음도 있었어요."





전기도 없이 미니멀리즘으로 살았던

서숙경 가족식 마이웨이 산촌생활



“첫 농사는 수렵, 채집에 가까웠어요. 산촌으로 들어가 채취할 것이 정말 많았거든요. 또 제가 밀양 출신이라 산 식물에 관심도 많고 잘 알기도 했고요.


겨울에는 고로쇠 수액을 받고, 봄에는 두릅, 취나물, 고사리를 뜯어먹던 김천에서의 삶. 심지어 처음 이주한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전기를 전혀 쓰지 않고 2년을 살았습니다. 이후에 전기가 있는 집으로 이주하게 된 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며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라네요.

그렇게 김천 산골에서 십 년을 살면서 사람답게 사는 건 자연 속에서 많은 생명들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숙경 언니. 산촌에 살며 농민에게는 달갑지 않아 ‘유해조수’라 부르는 야생동물과도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경운 없이 농사를 지으면 가장 먼저 두꺼비가 나와요. 그 다음에는 뱀, 두더지, 쥐가 나타나죠. 두더지와 뱀이 나온 뒤에 멧돼지가 나오지, 처음부터 멧돼지가 나오는 법은 없어요. 멧돼지가 많이 나오면 지렁이가 굉장히 많다는 뜻이에요. 돼지들이 지렁이도 먹잖아요. 이렇게 자연스러운 생태계가 내 눈에 보여요. 김천에서도 지금 고령에서도 그렇죠. 이게 먹이사슬이 아닐까 싶어요.


소, 염소를 키우며 얻은 퇴비로 순환 농사를 짓고, 오골계 알은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볏짚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숙경 언니. 이때부터 농산물 가격도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쌀값이 지금보다 쌌던 그 시절에도 쌀을 한 가마니에 15만 원씩 받았고, 농산물을 적게 산다고 더 비싸게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신랑이 느닷없이 1되 사는 사람은 2만원, 1말 사는 사람은 1되 기준 3만 원씩 받자는 거예요. 1 사는 사람은 좋은 거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조금만 사 먹는 것 아니겠냐고요. 듣고보니 ‘정말 그걸 먹고 싶지만 형편 안되는 사람들 어떡할까, 그런 사람들은 수입농산물 먹어야 하나.’ 그런 고민에 그렇게 팔았어요. 많이 사면  비싸게요. 사람들이 ‘이런 법이 어디있냐 너무한다’ 하면서도 샀어요. 우리 농산물이 너무 맛있거든요.


토종벼를 수확하는 날, 숙경 언니와 남편 김경수 농민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숙경 언니) 이걸(논) 보고 있으면 가장 좋아요. 작물이 크고 있을 때, 바람 불 때 괜히 와서 앉아있어요. 작물마다 느낌이 다 다르긴 한데 토종밭은 앉아있기만 해도 좋아요.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에 나락이 사각사각 움직이는 소리를 보고 듣고 있으면 너무 좋죠.”


“(김경수 농민) 토종을 삼년째 짓고 있는데 벌써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 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요. 반대로는 농사짓는 나 자체는 억수로 풍요로워요. 모든 사람들이 이런 풍요로운 마음 속에서 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살죠.”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자, 인간의 삶에 가장 중심이 되는 일입니다. 이 농업을 지키는 농민이 나라를 구할 수는 없지만 먹여 살릴 수는 있다며 자부심을 보여는 숙경 언니 부부. 무엇보다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 있는 삶이, 자연과 닮아 사는 삶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그러면서도 농민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살면서 돈도 필요하고, 판매가 안 되면 힘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농민이 사람들을 먹여 살리듯, 존재가 선명한 언니네텃밭과 소비자들이 농민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줍니다. 농산물이 품절되면 기다린다는 말, 활동가들이 때때로 전화해 안부를 묻는 말, 농사 지어줘서 고맙다는 말... 서로의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농사와 유통방식은 숙경언니 부부에게 ‘오늘도 농사를 잘 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닿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농민들이 어렵고 힘들어도 계속 농사짓는 것 아닐까요? 특히 올해는 유난히 태풍이 많아 자연 앞에 인간의 존재가 하찮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언니네텃밭이 농민들에게 이렇게 힘을 주듯, 이제는 제도도 농민을 정책적으로 보호해줘야죠."






못다한 서숙경언니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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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저는 토종쌀맛도 토종밀맛도 서숙경 생산자님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여농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9.11.06 05:47 댓글 삭제